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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르완다 제노사이드 30년, 반인류의 역사 반복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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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작성자 진주꽃 작성일날짜 24-04-11 02:05 조회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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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인 1994년 4월7일, 아프리카의 심장으로 불리는 르완다에서 20세기 최악의 대학살이 시작됐다. 제노사이드(집단학살)라고도 불리는 이 사건은 후투족의 투치족을 대상으로 한 피의 복수를 말한다. 두 민족 간 갈등은 벨기에가 르완다를 식민통치(1920~1962)할 때 소수민족인 투치족을 이용해 다수민족인 후투족을 지배하게 하면서 잉태됐다. 지배국가의 잘못된 통치 메커니즘으로 식민국가의 민족 간 분열이 일어난 전형적인 사례다. 이 사건으로 100일 동안 100만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다.
최근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 있는 제노사이드 기념관을 방문했을 때 접한 장면들과 이야기는 표현하기 힘들 만큼 잔혹했다. 친했던 이웃이 가족을 살해하고, 투표권을 박탈하기 위해 손목을 자르고, 어린아이들을 벽에 던져 살해했다.
30년이 지난 르완다는 이 아픔에서 벗어났을까? 르완다는 ‘우부문투’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치유와 평화를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우부문투(Ubumuntu)는 남아프리카 말로 ‘서로에 대한 인류애’ ‘나는 당신이 있기 때문에 존재합니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인스타 팔로워 피해자들이 서로의 어깨를 맞대며 정기적으로 치유와 회복을 하기 위한 공동체 프로그램을 정부가 나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르완다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는 사람들을 용서하며 안아주고 있다. 르완다 국민들이 겪은 고통과 그로 인해 생긴 사회적 트라우마는 결과적으로 르완다를 아프리카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도 있다.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지 아무리 힘들어도 표현하지 않으려 하고, 슬퍼도 감정을 감추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국제적으로 르완다 제노사이드는 집단학살, 전쟁범죄 등의 범죄자를 기소할 수 있는 국제형사재판소가 탄생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아울러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는 누구도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두노함(Do No Harm)’ 원칙을 세우게 했다. 분쟁 이후 난민들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후투와 투치족 사이에 2차 피해가 발생하면서, 지원을 할 때도 인종·문화·관습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국제적인 원칙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이런 노력에도 전 세계에서는 반인류적 분쟁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2년 전 시작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그리고 시리아, 미얀마, 수단에서의 내전 등은 2024년 현재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다. 강대국들은 예전처럼 전면에 인스타 팔로워 나서는 것이 아니라, 분쟁을 묵인하고 잔인한 반인류애에 짐짓 한쪽 눈을 감고 있다.
폭력에 의한 아픔은 30년이 지난 오늘도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인간의 존엄은 우리가 누군가를 존엄하게 대할 때 주어지는 것이지, 그냥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쉽게 금수로 변할 수 있는 인간임을 잊지 말고, 반인류애로 점철되는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부문투’처럼 결국 우리 사회는 타인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그것이 우리가 르완다 제노사이드를 기억하는 법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