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콘텐츠 바로가기

고객센터

033-378-6167

평일 09:00 ~ 18:00
점심 12:00 ~ 13:00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오건영의 경제읽기]다이먼 회장의 인사이트

페이지 정보

작성자작성자 진주꽃 작성일날짜 24-06-29 07:11 조회0회

본문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최근 한 세미나에서 JP모건 CEO인 제이미 다이먼의 인터뷰 내용에 대한 나의 의견을 묻는 질문을 받았다. 다이먼 회장은 미국 (시장)금리가 8%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질문이었다. 실제 다이먼 회장이 인터뷰에서 8%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정확하게는 향후 미국 금리가 2~8%의 넓은 범위 안에 위치할 수 있고, 이에 JP모건은 이런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말하고 있었다.
제이미 다이먼은 미래의 특정 금리를 예측해서 이에 맞춰 기업을 이끄는 인물이 아니라 다양한 리스크 시나리오들을 감안, 신중한 경영을 하는 인물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그리고 지난해 은행위기 당시에도 현명한 위기 대응과 부실 금융기관 인수 등을 통해 JP모건의 위상을 높여왔는데, 이런 다양한 리스크를 시나리오별로 사전에 준비하는 그의 인사이트가 빛을 발했던 것이다.
물론 내가 다이먼 회장의 복심을 알지는 못하지만 저 정도로 넓은 국채 금리의 범위를 제시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미국 국채 금리의 높은 변동성에 주목한다. 2022년 하반기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절정에 달했을 때 4.3%를 기록했던 미국 10년 국채 금리는 2023년 상반기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 및 연준의 조기 피벗 기대를 반영하면서 3%대 중반까지 밀려 내려간 바 있다. 그러나 의외로 탄탄한 모습을 보이는 미국 경제 상황과 이로 인해 미국 금리 인상이 추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2023년 하반기에는 다시금 미국 10년 금리가 장중 5.0%를 넘어섰다. 그리고 고금리 공포가 시장에 자리 잡을 즈음 연준 파월 의장의 갑작스러운 금리 인하 시사에 힘입어 재차 피벗 기대가 살아나며 올해 초 다시 3.8%까지 하락했다. 현재는 연초에 연내 6~7차례를 기대했던 금리 인하가 1~2차례로 줄어들게 되면서 금리가 다시 반등한 상황이다.
안정적이라는 미국의 국채 금리 흐름이 최근 들어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국채 시장의 수급이 변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과거 국채 매입에 앞장섰던 주체로는 양적완화를 통해 미국 장기 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였던 연준과 대규모 무역 흑자에 힘입어 벌어들인 달러를 미 국채 매입으로 소화했던 중국 인민은행, 그리고 크게 늘어난 예금을 미국 장기 국채를 사들이며 운용했던 미국 시중은행들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연준은 사들였던 국채를 조금씩 줄이는 양적긴축에 돌입했고, 중국 인민은행 역시 미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있으며, 지난해 SVB 사태 이후 미국 시중은행들의 미국 장기채 매수세 역시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이런 국채 수요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바로 헤지펀드이다. 다만 이들은 앞서 언급되었던 투자 주체들보다는 투자 시계열이 매우 짧고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단기 레버리지 투자는 미국 국채 시장에서 높은 금리 변동성을 보여주는 주요 요인이 된다.
인플레이션 고착화가 무서운 이유
원·달러 환율의 ‘Higher for Longer’
무난했던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이런 수급상의 요인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 채권 시장의 투자 심리를 이끄는 연준의 스탠스이다. 앞서 높은 변동성을 보일 때에도 연준의 오락가락 행보가 시장의 기대를 바꾸고, 여기에 헤지펀드의 레버리지 투자까지 가세하면서 금리 변동성을 높인 것이다. 현재 연준은 과소 긴축과 과다 긴축, 이 두 가지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1년 이상 이어진 고금리의 효과가 현실화되면 고물가 제압을 넘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이를 막고자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게 된다면 열기를 더해가는 미국의 주식 및 부동산 시장을 더욱 달구게 되고 이는 자산 가격 상승발 인플레이션 압력을 재차 높일 수 있다.
딜레마 상황 속에서 연준이 성급하게 시장에 시그널을 던지고, 이를 계속적으로 번복할 때 미국채 시장의 변동성은 상당히 커질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다이먼 회장의 금리 관련 인사이트를 곱씹어봐야 할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뉴스레터 점선면 6월25일자( 경향신문 대표 뉴스레터 점선면은 단 하나의 이슈와 기사를 엄선해 입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점선면을 구독해 더 많은 뉴스레터를 메일함으로 받아보시려면 여기( 클릭해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힘 빠진 종부세, 이젠 없애자?
· 정치권에서 종부세 폐지 논의가 나옵니다. 윤석열 정부 집권 후 종부세가 대폭 완화된 데 이어 ‘폐지’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 먼저 민주당에서 종부세 완화·폐지 의견이 나왔습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종부세 완화 기조를 ‘초부자 감세’라고 비판하며 당론으로 반대한 바 있습니다. 22대 총선 이후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실거주 1주택자 종부세 면제’를 언급했고,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도 ‘종부세 폐지’를 말했습니다.
· 민주당에서 시작된 종부세 완화·폐지론 이후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종부세 폐지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주무부처 장관이 종부세 ‘완화’가 아닌 ‘폐지’를 입에 올린 것은 처음입니다. 이어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종부세를) 사실상 폐지하는 것이 바람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발언했습니다.
좀 특이하긴 하지
종부세는 특이한 세금입니다. 종부세는 부동산 세금의 한 종류이고, 그중에서 보유세입니다. 보유세는 보유한 재산에 물리는 세금이죠. 재산세 형태가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재산세는 납세자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지방세’ 형태로 걷힙니다.
종부세는 재산세 외에도 따로 내는 보유세입니다. 주택분과 토지분으로 나뉘고, 재산세와 달리 ‘국세’예요. 국가가 걷어 필요한 지역에 나눠줍니다. 이게 다른 나라들의 조세 체계와 비교했을 때 가장 독특한 부분이에요. 종부세가 제일 자주 공격받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보유세를 지방세로도 내고, 국세로도 내고 있으니 ‘이중 과세’라는 거죠. 그러니까 종부세를 없애고 지방세와 통합하자는 게 종부세 폐지론의 주장입니다. 일단 헌법재판소는 2008년과 올해 5월30일 모두 종부세에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시, 종부세는 부동산 세금이고 보유세입니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부동산 세금 부담이 높고, 보유세 부담이 낮다고 합니다. 부동산 세금은 종부세 외에도 거래세와 양도소득세 등을 아우르는데, 이 모두가 문재인 정부에서 강화돼서 부동산 세금 부담이 커졌습니다. 한편 보유세 실효세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낮아요.
부동산 세금 부담이 높다는 사실은 종부세 완화·폐지론에, 보유세 실효세율이 낮다는 사실은 종부세 강화론에 근거로 활용됩니다. 둘 모두 종부세와 관련된 파편적 사실들인데, 서로 반대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는 흥미로운 상황이에요. 여러모로 종부세의 독특한 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람 잘 날 없는 종부세
질풍노도의 종부세입니다. 2005년 도입될 때부터 20년이 다 된 지금까지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어요. 정권에 따라 강화·약화를 거듭하며 세금의 예측 가능성도 크게 훼손됐습니다.
일단 종부세 부과 대상과 부과액이 정권에 따라 널을 뛰었습니다. 세금은 부과 대상이 되는 액수(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한 값이 기본 틀이죠. 여기에서 각종 감면·공제분을 빼면 최종 세액이 됩니다.
종부세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공시지가·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출렁였습니다. 노무현·문재인 정권에서 올랐고,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정권에서 내렸어요. 세율도 정권에 따라 등락을 반복합니다. 결과적으로 종부세는 진보 정권에서 강화됐다가 정권이 교체되며 다시 약화되는 양상을 띠어 왔습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변화가 가장 컸습니다. 부동산 가격 자체가 급등한 데다, 공시지가·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올랐고 최고세율도 상향 조정됐습니다. 종부세액을 결정하는 거의 모든 요소가 오른 거예요. 그 결과 2017년 39만7000명이던 종부세 납부인원은 2022년 128만3000명으로 5년 만에 3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종부세액은 2017년 1조6900억원에서 2021년 7조2700억원까지 4배 이상 뛰었고요.
주택분 종부세로 좁혀 보면 증가세가 더욱 두드러집니다. 2017년 33만2000명이던 납부인원이 2022년 119만5000명으로, 세액은 2017년 3900억원에서 2021년 4조4100억원으로 11배 넘게 급증했습니다. 2021년 공시가격 기준으로 서울 시내 아파트 4곳 중 1곳(24.2%)이 종부세 과세 대상이라는 집계도 있었습니다.
종부세를 ‘특이한 세금’을 넘어 ‘이상한 세금’으로 보이게 한 시기예요. 세금이 단기간에 너무나 올랐으니까요. 조세 저항이 어느 때보다 극심했던 것은 물론입니다. 양도소득세와 거래세까지 같이 올라서 ‘집을 팔란 거냐 말란 거냐’는 원성도 들렸죠. 세금을 피하기 위한 주택 증여는 문재인 정부에서 사상 최대를 기록합니다. 2020년 총선에서 압승했던 민주당은 2021년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에서 연달아 패했어요.
윤석열 정부는 종부세를 다시 완화합니다. 공시지가·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도로 떨어뜨렸고 세율도 하향 조정했습니다. 종부세 납부인원과 부과 세액이 모두 급감했어요. 지난 1월 소형 신축 여러 채를 보유해도 보유세 중과(가중 부과)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는 등 꾸준히 종부세 힘빼기 중입니다.
감세, 감세, 감세
주목할 건 지금이 세수에 ‘역대급’ 구멍이 생긴 시기라는 점입니다.
앞에서도 알아봤듯 윤석열 정부 들어 이미 종부세는 상당 부분 약화됐습니다. 2022년 6조7200억원이던 종부세액이 2023년 4조7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주택분 종부세는 3조3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급감했어요. 특히 다주택자 등 보유세 중과 대상은 1년 새 48만명에서 2597명으로 99%나 줄었고요. 중과세액도 1조8907억원에서 920억원으로 95.1%가 감소했습니다.
종부세만 줄어든 것이 아닙니다. 지난해 세수 펑크는 56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어요. 정부가 예상한 세금 수입보다 56조4000억원이 비었다는 뜻입니다. 경기 둔화로 법인세가 덜 걷힌 게 가장 큰 원인이지만 윤석열 정부의 ‘감세 기조’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법인세·종부세에 이어 상속세·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감세도 들고 나왔죠. 저출생·고령화로 인구 구조가 악화되고 복지 지출은 늘어나는데 정부는 감세 일변도 기조입니다.
종부세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역대 최대 세수 펑크가 나는 동안 정부 조세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는 떨어졌습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가 지난 3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이 정부 조세정책이 불공정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정부의 다주택자 종부세 인하 방침을 부정적으로 보는 여론이 우세했고요. 같은 단체가 5월 의뢰한 조사에서는 ‘1주택자 종부세를 전면 폐지하자는 민주당 원내대표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과반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어요.
근로소득으로 자본소득·부동산소득 등 불로소득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절망이 사회에 만연합니다. 이미 종부세가 많이 약화됐고,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세수는 부족합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미 지난 4월 기준으로 국세 수입이 작년 대비 8조4000억원 줄었어요. 종부세 폐지를 논하기 좋은 때일까요?
종부세는 독특한 세금이고, 조세 신뢰성이 낮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불완전하나마 불로소득을 재분배하는 기능을 하고 있어요. 최근 정치권에서 나온 종부세 폐지 논의는 ‘세금 줄이기’에만 초점이 가 있다는 게 우려되는 지점입니다. 종부세 완화·폐지에 회의적인 여론이 의미하는 바를 외면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좁게 걷어 넓게 쓰기
종부세법 1조는 이 법은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하여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여 부동산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의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지방재정의 균형발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요. ‘지방재정의 균형발전’이라는 대목에서 ‘국토 불균형’이라는 한국의 특수한 문제상황이 읽혀요.
종부세는 대부분 수도권에서 걷혀 전국 각 지역에 지방교부세의 일종인 ‘부동산교부세’로 재분배됩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에 따르면 종부세는 약 77%가 수도권에서 걷히고, 75%가 비수도권에 흘러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에서 걷힌 종부세의 80%가 다른 지역으로 재분배됐어요. 다른 지방세 수입을 다 합한 것보다 이 부동산교부세 수입이 더 많은 지자체도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종부세액이 줄어들면서 부동산교부세가 2조6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고요.
종부세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재산세와의 통합’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국세인 종부세를 지방세인 재산세와 통합하면 부동산교부세는 전국으로 퍼지지 않고, 재산세와 함께 관할 지자체에 귀속됩니다. 서울 강남구에서 걷힌 세금은 강남구의 재정으로 쓰이는 거예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가 점점 심화되고 ‘국토 균형발전’이 수십년째 해결 과제로 남아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우려스럽습니다. 지역 불균형은 더 심해지겠죠.
종부세 폐지를 줄곧 주장하던 국민의힘에서 ‘완화론’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경북 지역이 종부세 폐지 시 부동산교부세 타격을 크게 입을 것으로 보이거든요. 부동산교부세가 지방세 수입보다 더 많은 지자체에 경북 청송·영양·울릉군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위 위원장인 송언석 의원은 지난 12일 특위 회의 후 종부세를 폐지하면 지방 재원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쉽게 없앨 수 있냐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재산세는 지자체별로 경감이 가능합니다. 지방세법에 따라 지자체장 권한으로 50%까지 깎아줄 수 있어요. 국세로 징수할 때보다 세금이 덜 걷힐 가능성이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재산세를 강화하자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주도로 강남구 등이 이를 무력화한 전례가 있기도 하고요. 지자체가 손댈 수 없는 ‘국세’ 형태로 종부세가 탄생한 배경입니다.
민주당은 왜?
이번 종부세 폐지 논의가 민주당에서 먼저 나왔다는 게 눈여겨볼 지점입니다. 더구나 박찬대 의원은 원내대표, 고민정 의원은 최고위원, 박성준 의원은 원내수석부대표예요. 당 지도부에서 종부세 완화 주장이 나온 겁니다. 조선일보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수권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하는 등 보수지·경제지에서 특히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종부세는 민주당의 ‘영혼’과도 같은 세금입니다. 토지 공개념에 기반을 두고 있고, 불로소득 환수·부유층 과세 성격이 있다는 점에서 진보 정치세력 특유의 ‘이념성’을 볼 수 있어요.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종부세를 진보의 심장이면서 불가침의 성역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2021년 자신의 SNS에 종부세를 세계가 부러워할 K-세금이라고 했었는데, 어떻게 민주당에서 이런 주장이 나오게 된 걸까요?
결국 ‘정치적 고려’가 컸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문재인 정부에서 종부세가 대폭 강화된 이후 민주당은 2021년, 2022년 선거에서 연달아 패했어요. 올해 22대 총선에서는 크게 승리했지만 이른바 서울 지역 ‘한강벨트’에서는 고전했습니다. 중도층을 마음을 두드리는 ‘우클릭’으로 해석돼요.
그 과정에서 당내 의견이 정돈되지 않은 모습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부자 감세에 동조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일자 민주당은 개인 의견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또 정부의 감세 기조와 세수 결손을 비판하면서 ‘재정 청문회’를 열겠다고 나섰어요. 일단은 종부세 폐지 논의를 넣어두는 분위기입니다.
‘K-세금’을 어떻게 할까
다시, 종부세는 독특한 세금이 맞습니다. 우리에게만 있고, 엄청나게 누진적이며, 한 정권 안에서 10배가 넘게 오르기도 한 희한한 존재예요.
결국 헌법재판소가 종부세를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들여다보게 돼요. 종부세의 여러 특이한 면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30일 문재인 정부에서 종부세 대상이 확대된 것이 헌법을 거스르지 않는다고 결정했는데요. 결정문을 일부 인용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이 갖는 의미와 맥락을 고려한 판단으로 읽힙니다. 헌재는 재산세 외에도 부동산에 종부세를 매기는 게 이 사회에서 합리적이라고 봤고, 투기와 과도한 부동산 보유를 억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한국 사회에서 관찰되는 특유의 ‘부동산 욕망’을 관리하려면 이 사회만의 특수 장치가 필요하다는 거죠. 적어도 종부세가 현 시점 우리 사회에서 정당한 세금이라는 명분을 획득한 셈입니다.
한국 가계 자산의 80%가 부동산에 묶여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은 구성원의 욕망이 매우 집약적으로 투영된 대상이에요. 이런 특수성을 반영한 세금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겁니다. 덴마크·뉴질랜드 등에서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해 ‘소 방귀세’를 걷거나, 독일에서 빗물 처리 명목으로 ‘빗물세’를 부과하거나, 비만 문제 때문에 ‘설탕세’를 도입하는 나라들이 있는 것처럼요.
이렇게 보면 종부세 ‘폐지냐 유지냐’보다 더 중요한 논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이 독특한 ‘K-세금’에 어떤 사회적 요구가 있는지 읽어내고, 이 세금이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운영되려면 어떤 점들을 보완해야 하는지 고민해서, 마침내 이 사회의 요구를 실현해내는 것이 정치가 할 일이겠죠.
◆ 종부세 완화·폐지 논의가 민주당에서 시작돼 정치권 전체로 확장됐습니다. 종부세는 이미 윤석열 정부에서 대폭 완화됐고, 폐지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 종부세는 다른 나라에 없는 독특한 세금입니다. 진보 정권에서 강화, 보수 정권에서 약화되기를 반복하며 끊임없이 흔들렸습니다. 이번 종부세 폐지 논의는 ‘역대급 세수 펑크’ 시점에 나왔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 종부세에는 ‘지방재정의 균형발전’이라는 과세 목적이 있습니다. 당장 종부세가 약화되거나 폐지될 경우 지방 재정에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정치적 셈법으로 종부세 폐지를 띄웠던 민주당은 일단 숨을 고르는 모양새입니다. 종부세가 우리 사회의 특수한 맥락을 반영한 세금이란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글에 첨부한 링크와 추천 기사를 모두 보시려면 뉴스레터 점선면 원본( 확인해 주세요. 매주 월·수·금요일과 격주 화요일 오전 7시 메일함에서 점선면을 보시려면 여기(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채움씨, 절에 한번 다녀올래요?
천주교 모태신앙이지만 템플스테이를 좋아하고 불교와 꽤 결이 맞다고 생각해왔다. 혹 출가를 하게 된다면 법명을 ‘비움’으로 하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매거진L팀 선배의 제안이 솔깃했다. 아, 근데 <나는 솔로>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거예요. 뭐지? 절에서 사랑이라고? 가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절로’ 향했다.
이런 소문은 참 빨리도 퍼졌다. 나도 데려가라는 실없는 농담이 쇄도하는가 하면 절에서는 못 먹으니 든든히 먹고 가라며 고기를 사준 선배도 있었다. 나이 제한 없애야 한다. 나도 급하다는 말은 진심이었던 듯하다.
‘나는 절로’는 범사회적 저출생 이슈에 대한 문제의식의 발로로 청춘 남녀가 자연스럽게 만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대한불교 조계종사회복지재단에서 주최하는 만남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 2기에 이어 지난 4월 3기가 화제 속에 진행됐다. 자격 요건은 딱히 없으나 나이 제한은 있었다. 이번 4기는 1989년생부터 1999년생까지 참가할 수 있었다.
참가신청서에는 흥미로운 질문들이 있었다. ‘마지막 연애는 언제였나요?’ ‘결혼 경험이 있나요?’ 그래도 조계종 주최 행사인데 종교 관련 질문도 나올 거라 예상했지만 문항이 끝날 때까지 나오지 않았다. 난관은 사진 첨부 문항이었다. 보정이 강하게 들어간 사진은 금세 탄로 날 게 분명했다. 한참을 휴대전화 사진첩을 뒤져보다가, 그래도 불교친화적 마인드를 강조하면 플러스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정세적 판단에 부처님오신날 조계사에서 찍은 사진을 첨부했다.
며칠 뒤 확정 전화를 받았다. 취재 협조 협의를 한 나도 ‘승인’ 소식에 이렇게 떨리는데, 여느 참가자들은 얼마나 더 설렜을까. 지난 15일 아침, 꼭두새벽부터 청춘 남녀들이 하나둘 조계사에 모여들었다. 슈트 차림으로 힘을 ‘빡’ 준 멋쟁이부터 ‘꾸안꾸’를 추구한 듯한 참가자까지, 안 보는 척 슬쩍슬쩍 견제의 기운이 전해졌다. 맞지, 첫인상이 중요하지. 비뚤어진 옷깃을 한 번 더 정돈했다.
충남 공주 마곡사로 향하는 동안은 맘 편하게 가겠거니 싶었는데, 오산이었다. 이미 쟁탈전은 시작됐다. 담당자가 버스 출입문 앞에서 파란색과 분홍색 종이가 가득 든 바구니를 흔들고 있었다. 좌석번호가 적힌 뽑기 종이였다. 하아, 어색하면 어쩌나. 조심스레 한 장을 뽑아 버스에 올랐다. 염려와 달리 이내 버스 안에서는 와글와글 말풍선이 여기저기서 피어올랐다.
모든 미팅 행사의 첫 번째 순서인 첫인사 시간이 진행됐다. 사는 지역, 직업, 나이와 같은 기본 정보에 불과했지만, 다들 육감까지 싹싹 동원해 서로를 파악하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오묘한 전운마저 감돌았다.
목적지인 마곡사 경내에 들어서자 가슴이 웅장(!)해졌다. 야트막한 산기슭에서는 잔잔한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웰컴센터에 들어가 법복과 명찰을 받았다. 법복은 소재나 색상으로 보건대 땀에 취약해 보였다. 법복 안에 얇은 티셔츠를 입거나 땀이 날 만한 과도한 움직임은 삼가야겠다는 경계심이 스쳤다. <나는 솔로>와 유사한 점이라면, 참가자들이 실명이 아닌 영숙, 철수, 민준 등의 닉네임을 부여받는다는 것. 지금부터 내 이름은 ‘정란’이다.
본격 프로그램 진행에 앞서 저출생 대응 인식 개선에 대한 훈화의 시간이 있었다. 덕담을 가장한 어르신들의 뻔한 잔소리가 아니라, 친동생을 아끼는 ‘형·언니 재질’의 이야기였다. 조계종은 모든 종류의 사랑을 응원합니다. 1박2일간 부처님 자비심 안에서 마음이 꼭 맞는 짝을 찾으시길 기원합니다. 스님의 열린 철학이 담긴 말씀을 듣자 하니 왜 요즘 젊은이들이 불교 문화를 ‘힙’한 화합의 콘텐츠로 바라보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어 참가자들에게 ‘3분 자기소개’ 차례가 왔다. 준비해오라는 사전 공지가 있었던 만큼 모두가 단단히 갖춰왔을 것이 분명했다. K팝 댄스가 취미라고 운을 떼서 기대를 잔뜩 고조시켰던 순희님은 짝이 되실 분에게만 보여드릴 거라고 말해 장탄식을 불렀다. ‘밀당’의 고수가 있을 줄은 알았다. 교보문고 종이봉투에 책 두 권 담아와 한 권은 퀴즈를 맞힌 분께 드리고 나머지 한 권은 마음이 맞는 분께 드리고 싶다는 이벤트의 귀재 주영님도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번 4기는 무려 248명이 신청해 8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여성 15명, 남성 15명이 참가 자격을 얻었다. 주최 측에서 밝힌 공식적인 선정 기준은 ‘내 짝을 찾는 간절함’이다. 이 외에도 최소한의 직업적 안정성, 지역적 다양성과 외모 등의 조건이 고려됐다고 한다. 30명 참가자의 자기소개만으로도 제법 시간이 흘렀다. 상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정보가 공유된 시점. 슬슬 ‘맞선’을 준비해야 하는 타이밍이었다.
이름하여 ‘로테이션 차담 시간’을 위해 참가자들이 짝을 이뤄 마주 앉았다. 모든 참가자가 한 차례씩은 1:1 대화를 나눠야 했기 때문에 커플당 주어진 시간은 고작 5분에 불과했다. ‘자, 이제 다음 옆자리로 옮기세요’라는 신호는 꽤 빨리 돌아왔다. 초집중 면접을 연달아 15번이나 본다는 건 엄청난 에너지가 드는 일이었다. 석 달 치 에너지를 탈탈 소진한 기분이었다. 옆자리의 현숙님도 나만큼이나 기진맥진해 보였다.
하지만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바로 오늘의 하이라이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두근두근 사랑의 작대기 1회 차. 여성 참가자가 한 명씩 나와 함께 데이트하고 싶은 상대를 지목하는 식이었다. <나는 솔로>에서 지목받지 못한 참가자는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고독의 짜장면’ 흡입 장면을 연출하던데, 여기선 ‘비건 짜장면’을 주시려나?
공교롭게도 내가 1번이라 가장 먼저 앞으로 불려 나갔다. ‘난 여기 취재하러 온 거다. 본업에 충실하자. 이성 챙기자.’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저는 랜덤으로 10번 선택하겠습니다라고 말해버렸다. 하지만 채 1분도 되지 않아 후회가 밀려왔다. 다음 차례 현숙님은 저는 저 분과 함께하고 싶습니다라며 야무지게 데이트하고 싶은 상대를 지목한 것이다. 아뿔싸. 한 번 지목받으면 다른 참가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었다. 나는 그만 천금 같은 첫 번째 ‘찜’의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다. 고독정식을 먹은 듯 속이 새카매졌다.
한 차례 핑크빛 회오리바람이라도 지나간 듯 후끈 뜨거워진 현장. 열기를 식힐 필요가 있었다. 이미 세 차례 ‘나는 절로’ 운영을 통해 완급조절의 노하우를 통달한 주최 측은 홍대선원 주지 준한 스님이 이끄는 선(禪)명상 시간을 준비했다. ‘제행무상(諸行無常).’ 스님의 나지막한 목소리에는 세상 모든 것은 머무르지 않고 변화하니 집착하지 말고 순순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사랑하자는 메시지가 담겼다. 서로에게 한껏 몰입했던 순간에서 한 발짝 물러나니 오히려 지금 이 순간 각자 자신의 에너지가 오롯이 잘 느껴지는 것 같았다.
서른 명이 뿜어내는 젊은 혈기는 순식간에 현장의 ‘텐션’을 끌어올렸다. 이어진 레크리에이션 게임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내가 본분을 잊고 그만 너무 신나게 놀아버린 것은.
이미 참가자들도 더는 나를 취재 온 기자로 여기지 않는 눈치였다. 5개 조를 짜서 팀 점수를 올리는 방식으로 게임을 치르는데 할수록 포인트 욕심이 났다. 정신을 차렸을 때,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복식호흡으로 함성을 지르고 냅다 앞구르기를 하고 심지어 촐랑대며 훌라춤을 추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MBTI I 성향이 강해 앞에 나서지 못하는 성격이라 걱정돼요. 최대한 조신하게 지낼 거예요. 버스 옆자리에서 이 얘기를 들었던 광수님은 내가 얼마나 가증스러웠을까. 레크리에이션 시간이 끝난 뒤 광수님이 다가와 말했다. 기만자라고. 아니 ‘기망자’(기자의 본분을 망각한 자)였던가.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근데 이거 그린라이트인가요.
밤이 찾아왔다. 모닥불 ‘불멍’ 타임을 위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둥그렇게 둘러앉아 한숨 돌리는 동안 공지가 들려왔다. 자, 이제 원하는 분과 데이트 다녀오세요~ 사랑의 작대기 2회 차였다.
마시멜로를 열심히 굽는 척하며 곁눈질해보니 제법 많은 참가자가 이미 사인을 주고받은 듯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대부분 1회 차에서 이어진 커플들이다. <나는 솔로>는 최소 4박5일 촬영한다는데, ‘나는 절로’는 1박2일 안에 ‘승부’를 봐야 하니 여러 후보를 탐색할 여유가 없다.
어떤 언약들이 오고 갔을까. 낭만의 끝 모닥불, 한껏 ‘센치’해지는 밤 시간, 깊은 산속이라는 특별한 공간이 주는 ‘버프’가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다. 산사의 여름밤이 깊어만 갔다.
<나는 솔로>와 ‘나는 절로’의 또 다른 점은 음주로 점철된 밤이 없다는 것. 참가자들은 남녀가 철저하게 분리된 고즈넉한 숙소동으로 자리를 옮겨 3인 1실의 쾌적하고 편안한 잠자리에 들었다. 설레는 가슴 진정시키지 못하고 잠을 설친 참가자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나만 숙면했던 것일지도….
띠링. 잠들기 직전 단체채팅방에 주최 측의 주요 알림이 왔다. 지금까지 가장 마음에 드셨던 분을 개인톡으로 알려주세요. 내일 오전 공개하겠습니다.
이윽고 선택의 날. 대망의 최종 커플 발표가 시작됐다. 요즘 말로 ‘생태계 교란종’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특출난 외모·재능의 소유자가 여러 명 있었는데 그들에게 몰표가 갔을까? ‘나는 몇 표, 너는 몇 표’ 잔인하게 공개되려나? 갑자기 긴장감이 고조됐다.
다행히 최종 선택 결과는 맞선택으로 커플이 된 이들만 짠 하고 공개하는 형식이었다. 선택을 받지 못한 참가자가 상처받지 않도록 하는 주최 측의 배려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커플이 발표될 때마다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나는 절로’ 4기에서는 총 일곱 커플이 탄생했다. 역대 최다라고 한다.
이 인연이 결혼으로 이어진다면 조계종 큰스님을 주례로 모실 수 있는 등의 ‘특전’을 받는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지만 그 인연에 마음을 쏟고 정성을 다하면 필연이 되고 운명이 된다는 말이 있는데, 일곱 커플은 무려 단 1박2일 만에 그 지혜를 행하고 있었다.
커플 됐어? 연락하는 상대는 있어?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질문이 밀려들었다. 나의 답은 지금도 참가자 ‘단톡방’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공개 가능한 취재 결과는 여기까지라는 것. 다만 이 프로그램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나는 절로 4기 정란’이 두 가지 조언을 하고 싶다. 첫 번째는 참가신청서에 ‘셀(카사)기꾼’스러운 사진 첨부는 금물.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좁힌 최적의 사진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나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준비하라는 것. 자신이 가치 있게 여기는 무언가를 설명하는 사람의 초롱초롱한 눈만큼 매력적인 것은 없다.
일상을 벗어나 안온한 공간에서 내게 맞는 사람을 찾아보는 데 집중하는 시간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돌아보는 기회이기도 했다. 참, 혈기 왕성한 참가자들의 원활한 매칭 활동을 위해 5대 영양소가 잘 갖춰진 식단을 제공하니 미리 고기를 먹고 가지 않아도 된다.
‘나는 절로 5기’는 오는 8월 10일 있을 예정이다. 어쩜 때마침 칠월칠석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