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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로열의 시대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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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작성자 진주꽃 작성일날짜 24-06-15 10:16 조회3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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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값으로 몇 계절 들썩댔지만 참외, 토마토가 쏟아져 나오자 조금 잠잠하다. 소비자도 손 떨리지만 건질 것이 없던 생산자와 사과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영세 유통상인들도 손이 떨렸다. 사과값 폭등의 주요 원인인 기후위기는 피할 수 없으므로 앞으로도 반복될 테니 답답할 뿐이다. 다만 ‘금사과’ 사태를 통해 배운 것은 농산물 외모지상주의의 무용함이다. ‘못난이’ ‘비(B)품’ ‘흠과’로 부르던 과일을 ‘보조개사과’ ‘가정용사과’로 부르며 알뜰 소비를 하였다는 점에서 큰 배움이었다. 예쁘고 흠도 없는 ‘로열과’는 왕족급의 품위를 뜻하지만 농산물에서 로열과 건지는 일은 점점 더 불가능해질 것이다. 기존의 ‘하급’ 취급을 받던 농산물이 ‘상급’으로 대접받을 날이 올 것이다. 하물며 농약과 비료 사용이 어려운 친환경농산물은 농산물 품위 기준을 맞추기가 더욱 어렵다. 유기농 농가가 상품성 있는 수확물이 너무 적어 비료라도 써야겠다며 무농약재배로 돌아서고, 무농약재배를 하던 농가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병해충이 창궐해 농약을 쓰는 일반농업으로 전환하는 실정이니 말이다.
그중 가장 까다롭게 친환경농산물의 품위와 수확시기를 따지는 영역이 학교급식이다. 세금이 들어가고, 학생들을 먹이는 일이므로 깐깐하기 이를 데 없다. 하여 급식에 농산물을 낸다는 것은 친환경농가의 안정적인 판로 확보 차원이기도 하지만 농민의 농사실력과 신념을 보증하는 일이자 자부심이다. 급식농산물 출하 일주일 전에 각종 안전성 검사를 받고, 대량조리의 특성상 규격을 맞추기 위해 선별도 꼼꼼해야 한다. 작은 방울토마토도 열량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크기를 세분화한다. 다만 농산물 규격이 세분화된다는 것은 그만큼 ‘비(B)품’도 많아진다는 뜻이다. 학교도 저간의 사정이 있다. 채소를 절삭기에 넣어 공장제품처럼 각 잡아 자르려면 일정 규격을 갖춘 농산물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자란 호박보다는 ‘인큐애호박’이 필요한 이유다. 여기에 친환경농산물은 관행 농산물에 비해 흠이 있기 마련이어서 다듬고 씻는 전처리 시간이 더 길지만 조리 인력이 늘 모자란다. 그래서 농민 사정을 알면서도 결국 ‘로열과’를 찾을 수밖에 없다.
6월은 마늘, 양파, 감자 같은 저장채소가 쏟아져 나오는 시기로, 학교 급식업계의 가장 바쁜 철이다. 대량수매하여 잘 저장해 일 년 내내 학교에 공급하기 때문이다. 그중 감자는 국과 반찬, 카레나 짜장에도 쓰임새가 많아 으뜸인 채소다. 계약 농가 입장에서도 감자는 대량 수매가 되고 엽채처럼 하루 이틀 안에 무르지 않아 인기 있는 작물이다. 여기에 겨울에 심어 5월 즈음 수확하는 조생종 감자 재배도 인기가 높다. 6월 감자가 쏟아져 나오기 전, 틈새를 이용해 급식에 낼 수 있어 농가들 간 경쟁도 치열하다.
하지만 기후가 받쳐주질 않아 계약시기를 맞추기가 어려워 농민들 입장에선 부담도 점점 커진다. 감자가 볕을 충분히 받아야 토실토실해지고 맛이 들어차건만 겨우내 일조량이 턱없이 모자랐다. 품위를 맞출 수가 없어 며칠 더 키웠더니 이번엔 출하시기가 며칠 늦어졌고, 그렇게 몇몇 계약 농가의 급식 감자가 붕 떠버렸다. 친환경농산물의 주요 소비처인 학교급식이나 생활협동조합에 봄감자를 내던 충남의 주요 산지도 납기일을 맞추기 어려워 봄감자 재배에 손을 떼고 있다고 한숨을 쉰다. 물량 모자랄 때는 조림용 알감자까지 알뜰하게 걷어가더니 남을 때는 생산자가 삶아 먹든 팔아먹든 알아서 해야 하는 상황이 자꾸 생겨나서다. 본래 꽃송이인 브로콜리에 꽃이 조금 피었다고, 브로콜리 줄기가 너무 길다고, 감자가 너무 커서, 혹은 너무 작아서, 무엇보다 지정 날짜까지 길러내질 못해서 출하가 막히기도 한다. 기후위기를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한다면 먹는 것에 대한 새로운 품위도 받아들여야 한다. ‘로열’의 시대는 진즉에 끝났다.
군대, 예외에서 상식으로
낭만적 사랑의 파탄
되다 만 민주주의, 되다 만 연금개혁
등록 말소된 자동차 번호판을 붙여 단속과 추적 가능성이 낮은 속칭 ‘무적 대포차’를 판매한 외국인 일당과 구매자 등 18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폐차장에서 훔친 번호판을 중고 외제차에 부착해 판매한 혐의(특수절도, 자동차관리법 위반, 공기호부정사용 등)로 미등록 이주민 2명을 지난 4월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공범인 외국인 1명은 해외로 도주해 쫓고 있다. 이들에게 차량을 구매한 미등록 이주민 12명과 번호판 관리를 소홀히 한 폐차장 업주 4명 등도 지난주 검찰에 송치됐다.
이들은 속칭 ‘무적 대포차’로 불리는 차량을 판매했다. ‘무적 대포차’는 국내 유명 도박장에 담보로 잡혀 헐값에 나온 외제차를 구입해 말소된 번호판을 붙인 차량이다. 이들 일당은 경기·충청 일대의 폐차장에서 폐차가 의뢰된 차량의 번호판을 훔쳐 이런 차량에 부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폐차가 의뢰돼 행정적으로 말소된 번호판이 부착된 무적 대포차는 신호위반, 과속 등 단속도 어렵다. 명의를 이전하지 않고 판매하는 기존의 ‘대포차’가 자동차세 체납이나 과태료 누적으로 적발될 가능성이 큰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것에 비해 단속 가능성이 작아지는 점을 노린 것이다. 검거된 A씨와 B씨도 무적 대포차를 타고 뺑소니 사고를 낸 적이 있으나 경찰이 추적에 실패해 수사를 중지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는 (대포차를 구매하는 것이) 미등록 이주민 신분을 숨기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보지만 얼마든지 다른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단속에 걸리지 않는 안전한 대포차라고 광고하며 한 대당 300만~900만원에 판매했다. 이들은 교통 단속으로 신분이 밝혀져 강제추방될 것을 우려하는 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 국적의 미등록 이주민을 대상으로 총 23대의 차량을 팔았다. 경찰은 거래된 차 7대와 트렁크에 있던 번호판 14쌍 등을 압수했다. 압수하지 못한 나머지 차들 행방은 묘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을 구매한 미등록 이주민 12명은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의무보험 미가입),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붙잡혔다. 폐차장 업주 4명은 번호판을 부실 관리한 혐의(자동차관리법 위반)를 받는다.
경찰은 현행법에는 폐차 번호판의 명시적인 폐기기한이 없는 등 제도적 미비점이 있어 국토교통부에 이런 점을 통보했다며 경찰은 국토부·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과 협조해 대포 차량 관련 범죄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늘 우리가 안건 상정을 하지 못한 것 같은데?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0일 질문하자 인권위 사무처 직원이 머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11차 전원위원회가 열린지 3시간 지난 시점이었다. 결국 이날 회의는 준비된 의결 안건 3건을 상정조차 하지 못하고 폐회했다.
파행의 불씨는 군인권보호관인 김용원 상임위원이 당겼다. ‘고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관계자에 대한 부당한 수사 및 징계’ 진정 사건의 조사결과 보고서가 공개된 경위를 문제 삼으면서다.
지난달 군인권센터는 정보공개청구로 입수한 인권위 조사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인권위 사무처가 작성한 보고서로서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대령에 대한 수사외압·인권침해를 인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군인권보호위원회(군인권소위)는 지난 1월 이 보고서 내용을 묵살하고 관련 진정을 기각했다. 군인권보호관인 김 상임위원과 한석훈 위원이 기각 의견을 냈고, 원민경 위원은 인용 의견을 냈지만 기권으로 처리됐다. 군인권센터는 날치기로 기각됐다며 김 상임위원을 공수처에 수사 의뢰했다.
김 상임위원은 비공개가 원칙인 군인권보호위 회의결과 및 회의록이 조사결과 보고서에 편철돼 공개된 것은 ‘불법’이라며 반발해왔다. 진정인이 요구한 것은 ‘조사결과 보고서 일체’인데, 의결 내용이 담긴 회의록까지 포함됐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3일 전원위에서 위원이 어떤 의견 제시했는지가 공개되고, 인민재판에 넘겨졌다며 소신대로 발언할 수 없고 눈치나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인권위 사무처는 절차에 따라 공개한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냈다. 박진 인권위 사무총장은 10일 전원위에서 행정법무담당관실은 청구 내용 초안을 마련하고, 군인권조사과 의견회람을 거쳐 자료를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임위원이 문제 삼은 ‘회의결과 및 회의록’에 대해선 전체 심의 내용이 아닌 진정사건 결정요지 기록이라며 위원 의사를 물어 한석훈 위원의 의견서는 비공개하는 등 관련 법령에 따라 공개했다고 했다. 이어 회의 결과를 편철하는 건 조사결과 보고서와 최종 의견이 다를 경우 왕왕 있는 일이라며 위법은 없다고 말했다.
회의는 공전했다. 김 상임위원은 앞으로 정보공개 여부를 사무처가 아닌 위원회와 소위원회 위원장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훈 대령 관련 보고서는 군인권보호위 소관인 만큼 군인권보호관인 자신이 공개 여부를 결정했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인권위 사무처는 1년에 900건 이상 쏟아지는 정보공개청구를 각 소위로 나눠 공개 여부 결정하는 것은 절차상으로도, 행정 효율 측면에서도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송 위원장은 각 부서를 편재하고 소관부서마다 업무사항을 정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이날 전원위에서도 고성과 막말, 위원 간 비방이 오갔다. 앞선 회차에서 상정됐으나 의결되지 못했던 3개 안건은 이날 회의에서도 상정되지 못하고 다음 회기로 밀렸다. 송 위원장은 다음 기일에 안건 6개가 대기하는 걸로 안다며 적어도 오늘 안건 하나를 처리하고, 다음에는 그 안건을 논의할 수 있길 바랐다고 했다.
위원들도 피로감을 토로했다. 김용직 위원은 안건도 아닌 것을 가지고 3시간을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심의를 위해 출석한) 비상임위원들에게도 결례되는 일이라고 발언했다.